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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여성 80% “직장 내 성폭력 발생 시 인사팀 대처 신뢰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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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여성 80% “직장 내 성폭력 발생 시 인사팀 대처 신뢰하지 않아”
  • 길민권 기자
  • 승인 2018.04.0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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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지난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직장인 6,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투 전후 직장인 실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6.6%가 “인사팀의 대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세부 응답 순으로 보면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의 절반에 달하는 46.6%(2,805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뒤로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30%(1,803명), ‘보통이다’ 10.1%(606명), ‘신뢰한다’ 8.1%(488명), ‘매우 신뢰한다’ 5.2%(315명) 순이었다.

이같은 불신 풍조는 여성 직장인에게서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응답자가 남성인 경우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 남성 응답자의 73%인 데 반해, 응답자가 여성인 경우 전체 응답자의 80%가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매우 신뢰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4%에 불과했다.

소속 산업별로 보면 전체 53개 산업군 중 인사팀 대처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은 산업군은 조선업이었고, 그 뒤로 건축자재, 방산, 자동차, 통신 순이었다.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 결과, 가장 점수를 높게 받은 산업군인 스타트업조차 총 7점을 넘지 못했다.

이같은 불신감 팽배의 배경에는 미투 운동에 대한 기업의 안일한 대처가 원인으로 꼽힌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며 피해자 보호, 관련자 처벌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기업은 책임면책용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설문을 진행한 블라인드 측 관계자는 “2017년 말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당시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30%가 채 되지 않았다. 불과 몇 개월만에 눈에 띄게 높아진 수치”라며 “미투 운동을 통해 직장인 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진 데 반해 기업의 대처는 인식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블라인드의 #MeToo 게시판에는 인사팀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는 글이 많다. 이 게시판에 ‘신고 후가 더 힘듭니다’라는 글을 올린 한 유저는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참고인 조사까지 해놓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차라리 신고하지 말걸그랬나라는 후회까지 든다’고 썼다. 해당 글에는 공감하는 직장인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편 이번 설문을 진행한 블라인드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으로 한국에서만 25,000개 기업에 근무하는 130만 명 이상의 직장인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