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예율이 개인정보유출 사고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소송 관리시스템 ‘로퍼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는 단체소송 제도가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있지만, 이는 오로지 증권 거래에서 발생한 문제만을 다룬다. 그 외의 분야에서 피해자들은 피해를 구제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즉, 회사의 관리 부실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집단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 현재로서는 개별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개별 원고 1000명이 모여 각자의 소송을 한꺼번에 진행할 때 이를 일반적으로 ‘단체소송’이라 부르곤 한다.
최근 10년간 개인정보가 해커에게 유출된 사건은 30건이 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거의 모른다. 이 사건들의 대부분은 피해자들이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잊혀졌다. 특히 2023년에는 한 대기업이 관리하는 개인정보 1000만 건이 유출됐지만, 관련된 단체 소송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보상받지 못한 이유는 제도화된 단체소송 절차가 없기 때문이며, 소규모 법무법인이 수만 명의 개별 소송을 묶어 하나의 소송으로 진행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는 개별 위임장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2016년 인터파크 단체소송을 시작했을 때 당시 법원은 3000명의 원고가 모두 위임을 제대로 한 것을 소명하라고 요구했으며, 이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번잡한 일이었다. 만약 원고가 1만 명, 10만 명이라면 기존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법무법인 예율은 단체소송 접수 및 관리 시스템 ‘로퍼미’를 개발했다. 10만 명의 소송인단도 원활하게 신청을 받고, 전자 서명을 통해 위임 계약을 완벽하게 입증할 수 있다.
또한 단체소송의 어려움 중 하나는 다수 당사자의 개별 의사를 확인하고 소송에 반영하는 일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 시스템 내에서 다수 원고를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눈 후 그룹마다 다른 공지를 하고 다른 증거를 수집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예율 김상겸 변호사는 “회사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이용돼 실질적인 추가 피해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므로 기업들의 사전적인 보안 조치는 필수적”이라며 “현재 법무법인 예율에서 몇몇 기업의 개인정보가 유출 사고에 대한 손배소를 이미 진행 중에 있으며, 차후 피해자가 더 연락이 올 경우 2차 소송을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예율 손정희 변호사는 “민감정보가 유출되거나 규모가 큰 유출 사건의 경우 징벌적 배상을 통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정보주체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수 소비자의 권익 보호 및 피해 예방을 위해 단체소송 제도는 공익적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이 필요성은 10년이 넘게 현실화되지 못한 상태다.
김상겸 변호사는 “로퍼미 시스템은 기존 법률 시스템 내에서 단체소송을 기술적으로 해결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피해자들이 보다 쉽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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