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4 21:30 (일)
SW 저작권침해 합의, 저작권자에게 끌려다니지 말아야
상태바
SW 저작권침해 합의, 저작권자에게 끌려다니지 말아야
  • 우진영 기자
  • 승인 2023.05.10 18: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법인 에이앤랩 김동우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앤랩 김동우 변호사

최근 소프트웨어(주로 오토캐드, 매트랩, 솔리드웍스, 마스터캠 등 고가의 설계 프로그램) 저작권침해로 내용증명을 받은 업체들이 늘어난 듯하다. 하루에도 몇 건씩 ‘저작권침해 내용증명(소장)을 받았다거나 소프트웨어 저작권침해 혐의와 관련하여 ’형사고소 및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내용의 상담문의를 받고 있어서다.

등기로 받은 내용증명(소장)의 골자는 비슷하다. 단지 소프트웨어의 종류와 손해배상액에서 다소 차이를 보일 뿐이다.

‘피신청인(상담자의 회사)는 신청인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을 적법한 라이선스없이 **대 이상의 컴퓨터에 무단으로 복제, 설치하고 정품인증등록 절차를 무력화 하기 위해 크랙 프로그램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중략) 이에 피신청인은 허락 없이 복제한 프로그램의 수에 정규 제품 1개당 소매가격을 곱한 금액을 배상해라’

만약 위의 경우처럼 내용증명이나 민사소송 소장만을 제출한 것이라만 그나마 상황이 나쁘지 않다. 적절한 감액 및 손해배상 합의를 통해 소를 취하시킬 수도 있고, 형사소송이 시작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저작권 침해로 형사고소를 이미 진행한 경우에는 해당 내용을 인지하기도 전에 경찰 또는 문체부 특별사법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보통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내밀고 들어오니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적발되곤 한다.

압수수색 이후에는 상대방이 형사 고소 취하를 전제로 자신들의 소프트웨어 구입 및 합의금 지급을 요구한다. 이 때 저작권자는 보통 모든 기능이 포함된 전체 모듈 또는 고가의 패키지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무단 복제한 개수를 곱한 금액을 청구한다. 한 달 매출이 1억원이 채 되지 않는 업체에서 수천만원의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저작권자가 요구하는 금액에 불과하다. 만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추후 민사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재판부가 인정하는 손해배상의 액수와 저작권자가 주장하는 손해배상 액수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 민사 재판에서는 피고 업체 측의 소프트웨어 사용 실태 및 사용기간, 관련 매출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배상금을 정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형사 단계의 합의 논의시 저작권자가 요구하는 소프트웨어 구매대금 및 합의금과 합의가 이루어지 않아 민사 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지출해야 할 비용 등을 비교한 뒤 합의에 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형사 고소를 당한 이후, 저작권자 측으로부터 소프트웨어 구매 및 손해배상을 요구받고 있다면 처음부터 소프트웨어 저작권 전문 변호사에게 합의를 맡기는 것이 제일 합리적인 방법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저작권자는 일반적으로 법무법인에게 사건을 위임하고 있고, 소송을 진행할 경우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배상액이 어느 정도인지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고소를 당한 업체 역시 저작권자 측이 요구하는 손해배상금이 적정한지 여부를 유사 사건을 다수 수행하여 손해배상액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저작권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민사소송으로 들어가기 전, 변호사를 선임하여 적절한 수준으로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민사재판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형사절차에서도 상대방이 고소를 취하하도록 하여 공소권없음 처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것은 엄연히 불법이며, 사업주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저작권자들이 라이선스 위반,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업체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과다한 손해배상액을 요구하는 것 역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기업들은 저작권 침해로 형삭고소 및 압수수색을 당하거나, 내용증명 및 민사 소장을 받았더라도, 저작권자의 손에 끌려다니지 않고 법리적인 부분을 잘 다투어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