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연관검색어 조작,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인정될까
최근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포털의 검색결과를 조작한 광고대행사와 이를 의뢰한 광고주가 적발돼 검찰이 기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은 ‘특정 키워드’와 ‘광고주의 상호명’이 포털 연관검색어로 뜨도록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했다고 한다.
포털에서 연관검색어가 생성되는 로직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다수의 이용자들이 A검색어와 B검색어를 함께 검색하는 경우, 검색엔진이 ‘A와 B를 같이 검색하는 이용자가 많군. 이 둘은 연관이 있나보다. 다른 이용자들을 위해 이 검색어를 연관검색어로 보여주자’라고 판단하는 것을 악용한다.
동일한 위치, 주소, 기기 등에서 호출(검색)이 반복될 경우에는 기계적으로 차단을 하거나 사람이 직접 모니터링하여 어뷰징을 막는다.
하지만 가상사설망(VPN)과 수십, 수백대의 기기를 사용한다면 검색엔진이 속아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업체는 노트북 20여대와 스마트폰 160여대를 동원하여 연관검색어 조작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의 기기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특정 행동(여기에서는 검색)을 하도록 설정하고 실행만 시키면 된다. 사람이 더 이상 해야 할 일은 없다. 매크로 프로그램이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피의자들의 죄목은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정보통신망법위반(침해등) 등이다. 검찰은 적발된 온라인 광고대행업자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광고주가 지정하는 검색어가 포털에서 검색될 경우 광고주의 회사·상품명 등이 연관검색어로 함께 노출되도록 조작한 행위가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정보처리장치에 장애를 발생하게 한 때에 성립한다.
그렇다면 위 사건에서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포털에 특정 검색어를 지속적으로 검색하여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있고, 포털 서비스가 그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사용목적과 다른 기능을 하는 등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을 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2도631 판결 참조).
현실에서 포털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인해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오동작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재판에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 혐의가 인정될지는 지켜봐야겠다.
다만 대법원은 “포털사이트 운영회사의 통계집계시스템 서버에 허위의 클릭정보를 전송하여 검색순위 결정 과정에서 위와 같이 전송된 허위의 클릭정보가 실제로 통계에 반영됨으로써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면, 그로 인하여 실제로 검색순위의 변동을 초래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1978 판결 참조).
한편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것은 광고대행업자뿐만 아니라 광고주까지 함께 기소한 것이다. 과거 유사 사건에서는 광고대행업자만 처벌하는 것에 그쳤는데 이 사건에서는 광고주까지 재판정에 오르게 됐다. 광고주가 매크로 프로그램 실행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에 따라 공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온라인 검색량과 노출 빈도가 영업에 필수적인 것에 발맞춰, 기업들은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최대한 노출되게끔 각종 홍보 전략을 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검색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사용한 인위적인 검색 조작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바, 이것이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