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금지가처분, 명예훼손 등 피해 예상되면 즉각 준비해야

2023-05-26     우진영 기자
법무법인

내가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가 원치 않는 내용과 방법으로 TV에 나온다면 황당함을 넘어 당혹스럽고 분노가 치밀 것이다. 만약 내 이야기가 방송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보통 방영되기 며칠 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되는데 시간이 매우 촉박하기에 빠르게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한 의뢰인이 모 방송사에서 방영 예정인 프로그램의 송출을 막아달라고 찾아오셨다. 의뢰인은 부품을 만드는 엔지니어링 회사의 대표였는데, 3개월전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의 비리를 가볍게 흘린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PD는 방송 제작에 참고만 할 것이라 실제 방송에 쓰이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방영일을 일주일 앞두고 실제 방영분을 전달받아 살펴보니 자신이 말한 부분이 그대로 방송에 실렸다고 했다. 만약 자신의 발언이 방송으로 나간다면 해당 클라이언트와 거래가 끊기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클라이언트와의 거래 역시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아예 방송 송출을 못하도록 하거나, 적어도 의뢰인이 인터뷰한 부분을 덜어내는 것을 목표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해보자고 했다.

방송금지가처분은 언론으로 인한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훼손, 사생활침해 등 권리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다. 방송의 경우 한번 송출이 되면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보가 나간 후에 이뤄지는 정정보도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은 사실 사후약방문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방송금지가처분이야말로 이상적인 대응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실무에서 방송사가 방송할 것을 예정하는 방송 전체를 아예 방영되지 않게 막을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와 방송법상의 방송의 자유에 따라 방송의 사전억제와 검열은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법원은 '그 방송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을 가지지 않고, 피해자에게 명예훼손 등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면 예외적으로 사전금지가 허용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가처분 인용의 걸림돌이 된다.

특히 방송금지가처분 사건은 통상 방송일에 임박하여 사건을 위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꿰고 있고 다양한 경험을 갖춘 변호사가 아니라면 신청서 작성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해당 방송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입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의뢰인의 사건은 여기에 해당되었다. 우선 의뢰인에 대한 이 사건 방송이 공공에 대한 이해에 관한 사안이 아니고 공적 관심사도 아니라는 점, 방송으로 인해 의뢰인의 인격권이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되는 점, 기존에도 해당 방송 프로그램은 다수의 가처분 사건에서도 이익형량을 그르친 전례가 있었다는 점 등을 담은 가처분 신청서를 작성하여 선임 이틀만에 제출했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방송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일. 심문기일에 참석해 가처분 신청서에 작성한 내용을 구두로 변론했고, 방송사가 실제 방송할 내용을 특정한 뒤 그 중에 금지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판단과정을 거쳐 법원은 침해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인용해주었다.

방송금지가처분은 정치인이나 유명인들만 위한 제도가 아니다. 한번 방영되면 돌이킬 수 없는 문제로 돌아올 수 있기에 신속하고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