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이혼, 안전하게 마무리하려면
가정폭력은 민법 제840조 제3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하는 재판상 이혼 사유로, 위자료 청구 대상이자 심한 경우 형사처분의 대상이기도 하다.
가정폭력이라고 하면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유형력의 행사만 떠올리기 쉬우나, 실제로는 폭언이나 협박 등 정서적 학대와 생활비를 주지 않는 재산상 피해도 인정되고 있다. 또한 재판상 이혼 사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행위가 단지 1회에 그치는 경우 보다는 지속, 반복적이거나 혼인 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 학대, 모욕이 있어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판단이 가능하여야 한다.
하지만 ‘심히 부당한 대우’라는 것 자체가 추상적이기에 그 정도를 판단하는 것도,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아 전문 변호사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가정폭력은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를 향한 폭력이 문제 되는 경우라면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원인으로 이혼을 주장할 수도 있다.
가정폭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위가 높아지기에 초기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실제로는 오랜 시간 폭력에 노출되고 가스라이팅 등을 당하여 이혼이라는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또한 대부분 이혼을 결심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데, 그 주된 이유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 내지 ‘상대방에 의한 길들여짐’ 때문인 경우들이 많다.
이혼 얘기를 꺼냈다가 오히려 더 심한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이혼 과정 및 이후 상황에서 발생할 보복이 두려워 쉽사리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도 폭력 행위 자체가 근절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녀에게로 옮겨질 수 있는 만큼 자녀와 본인의 새로운 삶을 위해 결심에 옮겨야 할 때이다.
가정폭력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로는 접근금지 사전처분, 민법상 접근금지 가처분, 피해자 보호명령 등이 있는데, 본 처분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신적 및 신체적으로 폭력을 당하였단 실질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가정폭력처벌법, 아동학대 관련법 등에 따라 검사의 직권이나 경찰의 신청으로 법원에 임시 조치를 청구할 수도 있는데, 이에 따르면 피해자 주거로부터의 퇴거, 주거나 직장 등에서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가 가능하다.
생각 이상으로 가해자의 접근 및 보복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다양하기에 보복이 두려워 이혼을 포기하기보다는, 경험을 갖춘 변호사와 함께 ‘안전을 위주로 한 이혼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폭력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보다는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확보된 증거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폭행 및 폭언을 녹음한 경우도 드물고, 신고나 병원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이혼 사유에 비해 증거 확보가 수월한 편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확보해도 절대 늦지 않다.
가정폭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는 가정폭력 정황이 담긴 사진, 녹음, 영상이 있으며, 병원 진단서 및 치료내역, 경찰이 출동한 기록 등이 있다. 상해 진단서의 경우 상해의 원인이나 그 정도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되도록 구체적 내용이 남긴 진단서를 끊어두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확보된 증거는 이혼뿐만 아니라 위자료 청구소송에서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 피해의 정도나 횟수 및 그 양상에 따라 높은 위자료 금액을 인정받을 수 있는 만큼 관련 사실관계를 세밀하게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다수 확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추가 증거의 확보 없이 가정폭력의 목격자이자 당사자인 자녀들의 진술만으로도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고 하나, 이는 굉장히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자녀는 사건의 당사자이지만 한쪽 배우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에, 법원에서는 자녀의 진술을 크게 신뢰하지 않으며 오직 해당 진술만을 이유로 가정폭력 유무를 결정짓지 않고 있다. 또한, 자녀들의 진술은 막상 수사과정 등에서 번복되거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일치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당시 상황에 대한 신빙성을 깨뜨려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에이앤랩의 가사법 전문 박현식 대표 변호사는 “결국 사전처분부터 이혼 인용, 형사고소까지 모든 법적 절차가 객관적 증거를 통한 입증이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은 철저한 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실제 가정폭력 이혼 사건과 형사 사건을 모두 해결한 경험을 갖춘 변호사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정폭력은 가족 내 대물림으로 자녀에게까지 번질 수 있는 만큼, 폭력이 더 악화되기 전에 안전하게 이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