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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 변호사의 법대로] 영업비밀 침해, 손해액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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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 변호사의 법대로] 영업비밀 침해, 손해액 판단 기준
  • 홍채희 기자
  • 승인 2018.08.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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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민 최병일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민)

최근 영업비밀 침해행위 자체로 인한 손해액을 인정하는 내용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 발의됐다. 현행법에서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을 영업비밀을 침해당한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 그동안 영업비밀의 공개 등 직접적 사용이나 이익이 없을 경우 손해액 산정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영업비밀은 비밀로 유지될 때 가치가 있는 것으로 타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순간부터 경제적 가치가 손상되고 개발과 비밀유지에 투입된 노력이 백지화되기 쉽다. 관련해 법원에서도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비밀이 비밀보유자 이외의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감소한다고 판결한바 있다.

필자 또한 영업비밀이란 개인 또는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경쟁상의 우위확보를 위하여 많은 비용과 인력 및 시간을 투입하여 개발ㆍ축적한 비밀 정보를 일컫는 만큼 영업비밀보호제도에 따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음을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근래 들어 기업 간 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분쟁이 많아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 상당수가 인식 부족으로 영업비밀 유출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며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형사규정인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영업 비밀을 취득ㆍ사용 또는 제3자에게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만약 이를 해외로 반출시킬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민사규정인 부정경쟁방지법에서도 영업비밀침해 행위에 대해 절취ㆍ기망ㆍ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등이라 명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민사와 형사규정을 두고 현직 판사가 형사처벌 조항, 민사제재 범위 보다 지나치게 포괄적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민사규정은 '절취ㆍ기망ㆍ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을 통한 취득'이라고 정하고 있는 반면 형사규정에서는 부정한 수단이 사용됐는지를 묻지 않은 채 단순히 '취득'이라고만 정하고 있어 문언해석에 의하면 적법한 수단에 의한 취득행위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영업비밀 관련 분쟁에 있어 법대로의 기준이 정당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분석과 접근,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기술을 대기업이 대놓고 표절하거나 법안을 악용하는 사례 등 법을 묵과한 행위가 비일비재해 영업비밀에 대한 법대로의 보호 현실화가 시급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여러 특성상 금전적으로 취약하거나 관련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형사소송조차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게 때문에 앞서 언급한 개정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영업비밀을 사용해 얻은 이익이 없더라도 침해행위 자체만으로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가 손상된 부분에 대해서 손해액을 인정하는 명시적 규정의 마련이라는 의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영업비밀 침해혐의로 방어해야 할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다수의 영업비밀 침해분쟁은 사건 진행 상황과 증거자료, 해석에 따라 판이한 재판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는 것도 중요함을 기억하자.

최병일 변호사는 그동안 다양한 유형의 영업비밀 침해 관련 사건을 다뤄왔다. 10여 년 동안 경찰로서 형사사건 현장을 발로 뛴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법무 팀에서 기업을 둘러싼 영업비밀 분쟁, 기술 유출 사건을 다수 처리한 노하우로 현재 법무법인 민의 변호사로 활동하며 기업범죄 형사사건을 해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