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바람부는 샌프란시스코 거리 저편에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차를 타고 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가 타고 온 것은 샤오미 세그웨이였다. 그는 바로 홍민표 에스이웍스 대표다.

홍 대표의 세그웨이 뒤를 따라 10여 분 걸어가니 작은 식당이 나왔다. 홍 대표가 가끔 들러 밥을 먹는 곳이라고 한다. 그 식당에서 자주 먹는 메뉴는 바로 '제육덮밥'이었다. 연세가 지긋한 청도가 고향인 한국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게를 운영한지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제육덮밥 2개를 사서 길거리 테이블에 앉아 맛나게 먹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먹은 저녁 중 가장 저렴하고 맛있었던 식사였다.

홍 대표는 에스이웍스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다. 에스이웍스는 미국회사다. 한국 보안 시장의 생태계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작은 시장에서 서로 과도한 경쟁을 하고 마음 고생하는 것보다 힘들어도 미국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싶은 생각에 무작정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탔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소개했다. 물론 그가 겪은 고생의 1%도 안되겠지만 말이다.
"한글 제품을 영어로 만든다고 해서 글로벌 제품이 되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미국 시장이 원하고 이 곳에 맞는 제품으로 계속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에스이웍스 앱솔리드도 한국보다는 미국 시장에 맞게 계속 변해왔어요. 한국 보안제품들은 대부분 한국 공공이나 금융시장에 맞게 구성된 제품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미국의 IT환경에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 제품 그대로를 미국 시장에 언어만 바꿔서 들어오면 힘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미국에 와서 대단한 회사의 C레벨들과 제품관련 이야기를 나누면서 희망에 부푼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들의 미사어구에 속으면 안된다는 것을 몇 년이 지나 알게 됐죠. 다 될 것처럼 말했는데 계속 지연되고 결국 무산되는 경우도 많았죠. 이제 경험에 의해 그들이 'No'를 말하는지 진짜 'Yes'를 말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아요. 미국 시장을 노크하는 한국 기업들도 이런데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길 바래요."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겪은 어려움을 말하자면 며칠이 걸린다고 그는 웃어 넘겼다.
에스이웍스가 받은 투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까지 105억 정도 펀딩을 받았다. 투자를 잘 받는 비결을 묻자 "회사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달라서 뭐라고 해드릴 말씀이 없어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끈기를 가지고 에스이웍스의 기술력과 비전을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뿐이죠. 투자자들은 당장의 매출을 보는 것이 아니라 큰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술력과 리소스를 가지고 있는지를 본다고 생각해요. 현재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우리 팀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고 미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로드맵을 보여주며 잘 설명해야죠. 하지만 제일 좋은 것은 투자를 안 받고 사업을 하는 것이 제일 좋죠."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본사를 운영하는 것은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한국보다 인건비도 비싸고 사무실 운영비, 생활비 등등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미국이 스타트업 하기 좋은 나라로 알고 있지만 연대보증만 없을 뿐 더 힘들다고 홍 대표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본사를 두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도 물론 인재들이 많지만 미국은 진짜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똑똑한 인재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당연히 시장 규모도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고 그리고 경쟁은 하지만 한국처럼 그런 식은 아니라서 마음도 편해요. 제품 하나를 만들면 여기저기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흐려놓고 같이 죽는 그런 식의 시장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남 신경 안 쓰고 사업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아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미국 본사에는 홍 대표 포함 9명이 일하고 있다. 홍 대표 자신만 한국사람이고 나머지 모든 직원이 미국 현지인이다. 처음 영어가 서툴러 말도 제대로 못했지만 이제는 직원들과 모든 업무 및 농담을 영어로 할 정도가 됐다. 다만 뉘앙스 있는 농담 혹은 한국 친구들 간에 끈적한 우애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말들이 안 통해 좀 아쉽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그는 항상 먼저 앞서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안 커뮤니티 활동도 그렇고 해커로서 스타트업 해서 회사를 만들고 2년 만에 회사를 M&A도 해보고 다시 해외에 본사를 이전해 해외에서 비즈니스도 하고 많은 투자를 받는 회사로 성장시키고 해커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해커. 또 국내에서 많은 해킹대회 운영을 통해 해킹대회 붐도 일으키고 등등 여러 가지 면에서 그는 항상 앞에 있었던 것 같다. 또 그런 점들이 그를 힘들게 한 부분도 있었으리라.
홍 대표는 "에스이웍스와 저는 아직도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어요. 아직도 미국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에요. 잘 해내고 싶고 열심히 해 나갈거에요. 처음 미국에 와서 힘들 때 울음을 삼킨 적도 많고 후회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야죠.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가가 되면 우리 후배들이 미국 시장에 도전할 때 노하우도 전해주고 힘이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라고 말하며 마지막 남은 커피를 마신다.
커피점을 나와 둘이서 담배 한 대(홍 대표는 전자담배)를 피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인사를 나눴다. 내년 RSA 컨퍼런스에 올 수 있으면 그때는 술 한잔 하는 걸로. 그렇게 그는 세그웨이를 타고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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