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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괴물' SNS에서 다시 회자...문단 내 성폭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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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괴물' SNS에서 다시 회자...문단 내 성폭력 논란
  • 우진영 기자
  • 승인 2018.02.07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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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JTBC '뉴스룸' 방송 캡처)
▲ (사진= JTBC '뉴스룸' 방송 캡처)
최영미 시인이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이 SNS 상에서 다시 회자되면서 문단 내 성폭력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이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또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는 내용이 나온다.

'En선생'은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는 것으로 유명하며 "100권의 시집을 펴낸" "삼십년 선배" 등으로 표현되며, 시 말미엔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라고 심정을 토로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트위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는 최근 이 시 전문과 함께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 한다. 적어도 처벌이나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최영미 시인님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현재까지 1천400여회나 리트윗됐다.

한편 최영미 시인은 지난 6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작년 가을쯤 오랜만에 시 청탁을 받았는데, 페미니즘 특집이니까 관련 시를 써달라고 했다"며 "고민하다가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다, 제일 중요한 문제를 써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최영미 시인은 또 문단 내 성추행 논란에 대해 "내가 등단할 무렵엔 일상화 돼있었다. 93년 전후로 문단 술자리 모임에 많이 참석했다. 초년생이라 궁금하기도 했다.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문단이 이런 곳인줄 알았다면 여기 들어왔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