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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경호 교수] 행정전산망 마비가 가져온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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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경호 교수] 행정전산망 마비가 가져온 나비효과
  • 길민권 기자
  • 승인 2023.12.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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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 원점에서 재정립...새로운 전자정부 청사진 필요해
이경호 고려대 교수
이경호 고려대 교수

2001년 전자정부특위가 출범하여 전자정부 11대 과제를 추진하면서 약 10여년 간 정부의 행정시스템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다. 그 결과로 2010년부터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를 세차례 수상한다. 하지만 2015년 이후의 전자정부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에 소외되고 공개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편입에 뒤처지면서 민간의 기술 혁신에 비하여 급속히 뒤처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위원회를 구성하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를 일으키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이상적인 아이디어의 발굴로만 치부되어 정작 행정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매년 새롭게 업그레이드 되어야 간신히 현재 요구되는 기술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할 터인데 제대로 된 방향이 부재하고 이를 구현할 전문성과 재원이 집중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지보수에만 급급한 결과가 최근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등 끊이지 않는 정부 시스템의 사고인 것이다. 이제는 모든 이슈에서 벗어나 기본부터 근본적인 검토를 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전자정부의 비젼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CIO가 있었는가? 2001년의 전자정부특위 위원장과 같이 미래의 첨단사회를 뒷받침할 인텔리전트 정부를 꿈꾸고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해 나갈 기술 혁신의 흐름에 정통하며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이해하는 전자정부의 리더가 있는가? 아무리 재원이 마련되고 콘트롤타워가 있어도 방향과 비전이 없으면 우왕좌왕하다가 성과 없이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

둘째, 전자정부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글로벌 소프트웨어 환경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와 깃허브 등의 오픈소스 플랫폼을 통한 협업과 상호 검증의 틀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즉, 단위 프로그램을 발주하여 수주한 사업자가 목표 시스템을 구현한 후 검수 후에 사용하기 시작하는 기존 발주 방식과 달리 개발과 운영이 혼합된 환류체계에서 끊임없이 변경과 개선이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유연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우리 정부의 조달체계가 수용할 수 있을까? 이러한 환경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전자정부 내에서의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독립적으로 형성되고 그 수준이 발전하여야 하는데 오히려 하향 평준화로 가는 길이 되는 위험성이 다분하다.

셋째, 정보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행정시스템은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영향을 끼치며 이는 처리하는 데이터가 국민이라는 공통분모를 향하고 있기에 데이터 및 시스템 정합성과 서비스 유연성이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단위 업무 시스템의 개발에도 MSA(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며 모든 시스템 기획과 개발에는 반드시 사전에 정보시스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준으로 구축 및 운영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강력한 정보시스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넷째, 조달절차의 개선이다. 기술평가 비중이 높아져 있지만 여전히 최저가 입찰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최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조달할 수 밖에 없는 모순에 빠진다. 최저가 입찰의 취지는 이미 품질이 보장되고 정형화된 재화나 용역에 대하여 가능한 것이지 고도의 지적 활동을 통하여 논리를 만들고 이를 컴퓨터 시스템에 구현하는 행위를 최저가 입찰로 조달하는 한 세계 최고 수위의 전자정부를 다시 꿈꾸기 어렵다. 2000년대 초반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는 최저가 입찰이 작동했을 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다섯째, 지속적인 예산 제공과 전문성 있는 인사 운영이 필요하다. 매년 삭감하기 바쁜 전자정부 예산을 지켜내고 새롭게 확보하기 위하여 행정직렬의 힘있는 고위관료를 모셔야 하는 상황은 전자정부가 협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비전과 방향을 잃고 전문성을 찾을 수 없는 현 상황의 시작점이다. 전산직렬의 전자정부 전문가가 리더쉽을 가질 수 없는 정부 인사 관행은 정보시스템 거버넌스를 지속시키기 어렵고 이는 난개발과 데이터베이스 꼬임의 원인이다. 민간 수준에 견줄 만한 예산 수준과 예산부처 담당 관료의 정보시스템 전문성이 없이는 자원 공급에서 초지일관하기 어렵다.

이제 새로운 전자정부 청사진이 필요하다. 누구의 탓을 하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을 식별하고 큰 그림에서 10년, 20년, 30년을 내다 보면서 전자정부의 철학을 되새겨야 한다. 거두절미하고 지금 당장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방향성을 원점에서 재정립하여야 한다.

[글. 이경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kevin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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