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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강사의 경업금지약정, 효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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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강사의 경업금지약정, 효력 있을까
  • 우진영 기자
  • 승인 2023.05.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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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

최근 교육업계에 종사하시는 의뢰인분들의 상담이 크게 늘었다. 전속계약서 작성에 대한 것에서부터 전속계약해지, 경업금지약정까지 다양하다. 보통은 큰 문제없이 당사자간 조율이 가능하지만, 경업금지약정의 경우 소송으로 치닿는 경우가 많다.

경업금지약정은 당해 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강사가 인근에 새로운 학원을 차리는 경우 문제가 되곤 한다. 학생들은 학원의 이름보다는 강사를 보고 수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른바 ‘스타 강사’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학원을 차릴 경우 학생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가 퇴직 후 경쟁사로 이직을 하거나 스스로 경쟁사를 설립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내용으로 하는 당사자간의 약속이다.

교육업계에서는 ‘1년 이내에 학원 사업장 소재지 반경 **km 이내에서 동종, 유사의 학원에서 강의를 하거나 설립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곤 한다. 약정의 대가로 평균적인 급여 외에 추가적인 금전적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곳도 있다. 물론 몇몇 스타 강사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학원 강사의 입장에서는 경업금지약정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경업금지약정을 위배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지역에서 강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인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입소문으로 유지되는 업종의 특성상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는 것에 대해 강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얼마 전 상담을 하신 의뢰인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다. 그는 고교 수학강사로 활동 중이었는데 경력이 쌓이며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학원과 수익을 나누는 비율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독립을 하고자 했다.

의뢰인이 학원법인과 체결한 강사계약서에는 경업금지약정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주된 내용은 ‘근로관계 종료 후 1년 이내에 본 사업장 반경 5km 이내에서 동종분야에 종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직 분쟁이 발생한 상황이 아니기에 유사한 판례를 예를 들며 자문을 진행했다.

이 사건 피고는 수원 모 법인학원이고, 원고는 피고 학원에서 5개월간 강의를 하다 인근에 새로운 학원을 개설한 자다. 피고는 원고와 강사계약을 체결할 때 경업금지약정도 함께 징구받은 바 있다.

경업금지약정은 ‘원고가 계약일로부터 2년 이내에 본인 또는 타인의 명의를 이용하여 **동, **동, **동, **동에서 일체의 학원설립 및 강사활동을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피고에게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원고는 성실히 강의를 진행했으나 피고측의 강사료 지급 지체, 약정된 강의 수수료율 위반 등으로 5개월만에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

이후 원고는 인근에서 새로운 학원을 개설했고, 피고 학원 수강생 상당수가 원고의 학원으로 이동했다. 이후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연체된 강사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는 경업금지약정 위반에 기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반소)를 제기한 것이다.

경업금지약정은 말 그대로 당사자간 합의의 결과물인 계약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그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효력이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한번 약정을 체결했다고 하여, 그 약정이 무조건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경업금지약정의 효력과 관련해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므로, 근로자가 사용자와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 후 사용자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의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등 경업금지약정을 한 경우에, 그 약정은 사용자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고객관계 등 경업금지에 의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고, 경업 제한의 기간과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여부,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 경위, 그 밖에 공공의 이익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근로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한 바 있다.

이 사건은 항소를 거쳐 상고까지 올라갔다(원심에선 원고 승소).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 이유는 원고와 피고간 강의계약은 1년에 불과하나 경업금지의무는 2년으로 근로자의 부담이 과도하고, 강사에 대한 보수구조가 일반적인 급여가 아니라 성과에 연동되는 이익분배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면서 특별한 대가가 없는 점, 피고의 일방적인 근로계약 파기가 아닌 점 등을 지적했다.

즉, 경업금지약정이 체결되었더라도 그 유효성이 인정되기 위한 제반 사정, 이를테면 경업금지로 인해 피고의 이익이 존재하고,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는 데 대해 적정한 대가가 지급된 경우가 아니라면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경업금지약정에 일단 서명날인을 한 관계로 그 효력에 관하여 제대로 다투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앞서 설명한 무효가 되는 요건은 그 주장을 하는 자가 적절히 주장, 입증해야 하는 것이므로, 무효 사유를 법적 기준에 맞춰 제대로 주장함으로써 경업금지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판례와 실무례를 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업금지약정으로 인한 법적 문제가 발생했다면 지적재산권 전문변호사의 조력을 구해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