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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계(Reverse Engineering)는 영업비밀침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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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계(Reverse Engineering)는 영업비밀침해일까
  • 우진영 기자
  • 승인 2023.02.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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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에이앤랩 김동우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앤랩 김동우 변호사

우리나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정의된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비밀관리성),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경제적유용성)’를 말한다.

보통 실무에서는 비공지성과 비밀관리성이 쟁점이 되는데 본고에서는 비공지성, 그중에서도 역설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역설계(Reverse Engineering)란 장치 또는 시스템의 기술적인 원리를 분해 등의 과정을 통해 분석하고 발견하는 것을 말한다.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구현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역설계를 시도한다. 과거에는 적성국의 무기체계를 분석하는데 많이 사용됐고, 최근에는 경쟁사의 제품을 역설계해 벤치마킹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런데 제품을 역설계하는 과정에서 해당 제품을 만든 기업의 영업비밀을 취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비밀침해가 인정될까.

이와 관련된 대법원의 판단은 아래와 같다.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판결(일명 ‘모나미 사건’)은 “정보 보유자가 그 비밀정보를 보유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그 기술정보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외국 회사의 잉크제품을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기술정보를 보유하게 되었다는 사정이나 제3자 역시 그와 같은 역설계를 통한 정보의 습득이 허용되고 실제로 역설계에 의하여 기술정보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개발된 기술정보가 영업비밀이 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시했다.

즉, 역설계가 가능하다고 해서 비공지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역설계의 경우에도 영업비밀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통상적인 역설계 등의 방법으로 쉽게 입수 가능한 상태에 있는 정보라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대법원 2022.6.30. 선고 2018도4794)

해당 사건의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할 당시 얻은 자료들을 자신의 웹하드에 업로드하는 방법으로 반출하였지만, 반출한 자료가 역설계 등으로 쉽게 입수할 수 있으므로 비공지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영업상 중요한 자산(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전략) 피해회사의 제품의 분해 및 조립 등을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제품의 구조와 기능, 부품 정보 등을 이용하여 전반적인 내용을 어렵지 않게 기재 가능하므로 피고인이 유출한 기술문서 등에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 입수할 수 없는 정보가 더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유출한 정보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즉,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적법한 역설계 과정을 통해 특정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그것을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다.

따라서 영업비밀유출로 고소를 당한 침해자로서는 통상적인 역설계를 통해서도 확보할 수 있는 정보라는 사정, 즉 비공지성을 다투는 방법으로 영업비밀 침해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을 입증하는 것은 개인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니 사건 초기단계부터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